음주운전 재범자에게
음주운전 방지 장치 설치
과연 그 실효성은 어떨까?

매년 수만 건의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그 중 상당수는 재범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음주운전 재범률은 40%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2023년에도 42.3%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 수치는 마약 범죄 재범률보다도 높은 수치로, 음주운전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반복적인 범죄’라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핵심은 5년 내 두 차례 이상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재범자에게 ‘음주운전 방지장치’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장치는 운전자가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그 액수는 설치비를 포함해 최대 300만 원에 달한다. 말 그대로 ‘돈 내고 다시 운전하는 조건부 자유’가 허용되는 셈이다.
300만 원에 운전 가능
방지가 능사는 아니다
음주운전 방지장치는 운전자가 시동을 걸기 전 호흡을 불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측정 수치가 기준치를 넘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 구조다. 기술적으로는 분명 물리적 차단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다. 운전자가 장치를 임의로 해제하거나 조작할 경우 면허는 취소되고, 최대 징역 3년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해당 장치의 가격과 설치비는 평균 250만~300만 원으로, 운전자 본인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이 금액을 낼 수 있다면 음주운전 전력자라도 다시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되는 구조다. 결국 비용만 치르면 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고 한 번 내고 300만 원 내면 다시 타라”는 메시지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국민적 정서와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이 장치가 효과 없다는 말은 아니다. 실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86년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이후 음주운전 재범률이 70%나 감소했다. 미국 내 36개 주에서는 2006년부터 2018년 사이 음주운전 사망자 수가 19% 감소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장치보다 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술 먹고 다시 운전대
처벌이 아닌 차단 필요
가장 큰 문제는 조건부 면허 제도가 음주운전 재범자에게 운전할 권리를 일정 부분 보장해주는 구조라는 점이다. 비극적인 윤창호 사건 이후 국민 정서와 정책 기조가 ‘음주운전은 살인행위’로 규정되어 왔지만, 현재 제도는 오히려 반복적인 범죄자에게 기회를 부여하고 있다. 재범률이 40%가 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는 실효성보다 관용에 가깝다.
게다가 재범자 다수가 자제력 결핍이나 알코올 중독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도 있다. 단순히 기술 장치 하나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보다, 심리치료와 알코올 중독 재활 프로그램 등 병행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물리적 차단 외에 인지적 교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재범률 감소에 실질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단순 처벌 강화가 아닌 운전대 자체를 놓게 만드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있다. 단 한 번의 실수가 타인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에 ‘조건부 관용’은 존재해서는 안 된다. 음주운전 재범자는 면허 자체를 완전 박탈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만, 진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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