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자동차와 한국GM
한 획을 그었던 회사다
사 오는 기술의 염증

최근 한국GM에 관한 얘기가 시끄럽다. 산업은행과의 계약도 돌아올 9월이면 종료된다고 알려진 가운데, GM 인도 법인을 철수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친 카허 카젬을 한국GM의 신임 사장으로 앉히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뭘까? 한국GM 측의 철수는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된 바가 없지만, 대우자동차부터 이어온 깊은 역사가 이런 식으로 초라하게 막을 내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
산업은행과의 계약은 차치하더라도, 한국GM은 한국 시장을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다. 실제 한국GM의 전신 격인 대우자동차는 한 때 업계 1위 현대차를 매우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상대였고, 결말이 좋진 않았지만 KGM (당시 쌍용차)까지 인수해 경차부터 대형 세단에 이르기까지 거의 풀 라인업까지 갖췄던 획을 그은 회사다. 대우는 세계 경영을 공언하면서도 ‘기술은 사 오면 된다’라는 생각을 가졌었다고 전해진다. 그렇다면, 그 염증이 곪다 못해 이제 터질 때가 된 것일까?
매우 공격적인 확장세
도리어 리스크로 돌아왔다
대우는 한때 매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 나갔다. 이런 움직임은 대우자동차에서 매우 두드러졌는데, 폴란드와 우즈베키스탄에 진출해 대우라는 이름을 만천하에 알리는 데에 성공하기도 했었다. 심지어 세계 최고급 자동차 브랜드라고 해도 무방한 롤스로이스와 BMW의 설계 고문을 맡던 워딩 테크니컬 센터를 인수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문제는 이때 기업의 부채율이 이미 높았다는 사실이다.
안 그래도 높은 부채율에 IMF라는 직격탄을 맞았으니, 회사가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애써 개발한 레간자는 염가형 중형차로 체급을 낮췄고, 최초 그랜저 XG급으로 개발되던 매그너스는 쏘나타급으로 배치해 경쟁력을 꾀하는 등의 궁여지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때 풀 라인업에 욕심을 낸 나머지 무리해서 쌍용을 인수한 것이 쌍용과 대우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쌍용을 토해낸 대우자동차는 기업 매각에 가까운 형태로 새로운 사명을 발표한다.
그렇게 출범된 GM대우
완전 신차 라세티의 등장
그렇게 GM대우가 출범했다. 우선 기존에 있던 라인업의 상품성을 강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완전 신차를 등장시키는데, 그게 바로 누비라의 후속인 라세티다. 라세티는 당시 ‘옵트라’, ‘누비라’, ‘포렌자’ 등의 수출명으로 여러 나라에 여러 브랜드로 팔려나갔다. 당시로서도 품질이 엄청난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간혹 해외에서 조롱거리로 사용되던 대우자동차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는 공헌한 차종이었다.
라세티는 이윽고 풀체인지를 할 시기가 되어, 라세티 프리미어로 다시 태어난다. 이 라세티 프리미어가 그 유명한 크루즈다. 라세티 프리미어는 준중형 차급임에도 치밀하게 설정되지 않은 ‘보령 미션’과의 환장스러운 조합으로 1,600cc가 아닌 1,800cc 가솔린과 2,000cc 디젤이 주력 사양이었다. 문제는 이 크루즈를 적시에 3세대로 세대교체 해야 했으나, 어째서인지 마이너 체인지 등만 전전하다 한참 뒤 세대가 교체되며 시장에서 경쟁력을 급속도로 잃어갔다.
잘하던 중형 세단
말리부는 왜 단종시키나
GM대우의 패착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잘하고 있던 중형 세단 시장에서도 패착은 두드러진다. 굳이 급을 따지자면, ‘중박’ 레간자, ‘대박’ 매그너스, ‘중박’ 토스카, ‘대박’ 말리부 순이었다. 심지어 저 중에 토스카와 레간자는 현대차그룹과 다른 세팅으로 소위 ‘고속에서 깔아지는’ 맛을 선호하는 운전자에게 꽤 인기가 있었으며, 특히 토스카는 매그너스부터 이어온 직렬 6기통 엔진의 부드러움이 특출난 장점이었다.
1세대 말리부가 등장하고, 시장에선 호평이 이어졌다. 비록 ‘심장병’이라는 불명예가 따라다니긴 했지만, 준수한 디자인과 상품성을 가지고 시장에 등장한 말리부 1세대는 그럭저럭 시장에 잘 안착했었다. 2세대 말리부는 1세대와 사뭇 다른 쿠페형의 날렵한 디자인을 적용해 2-30대 남성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어떤가?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말리부는 후속 모델 없이 시장에서 사라졌고, 캐나다 등지에서 렌터카 또는 공공기관용 수요로만 판매되는 신세로 전락했다.
마티즈로 시작된 역사
스파크 EUV 도입 없다
대한민국 경차 시장에 절대 빼놓을 수도, 빼놓아서도 안 되는 이름이 하나 있다면 마티즈일 것이다. 당시 ‘황금색’으로 불리던 독특한 주력 컬러를 앞세워 시장에 나타난 마티즈는, IMF라는 어려운 시기에 국민 경차급으로 사랑받았던 전력이 있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걸 그룹이었던 핑클을 광고모델로 앞세워 컬러풀한 매력을 뽐내며, 악질 수준이라는 CVT 미션 문제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히곤 했다.
스파크가 마티즈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최근 GM은 스파크 EUV라는 이름으로 바오준 모델을 배지 엔지니어링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출고 대기 10개월이라는 엄청난 인기를 구사하고 있는 만큼, 스파크라는 이름을 가지고 시장에 다시 나타난 소형 전기차는 충분히 인기를 끌 법하다. 하지만 GM은 스파크 EUV를 한국 시장에 출시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버리는 카드가 아닌지 의심하기 충분하다.
미사여구와 관계없이
철수설은 계속된다
한국GM 측이 공식적으로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며 못을 박진 않았지만, 신임 사장으로 발표된 인사가 철수 전문가라면 철수설은 계속해서 꺼지지 않는 불이 될 전망이다. 실제 한국GM은 현재 소형차 생산 기지 정도로 전락한 지 오래다. 현재 쉐보레 브랜드로 내수에서 생산되는 차종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와 트레일 블레이저 정도뿐이다. 그나마도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신차 효과를 반짝 누리다 그 빛을 잃었고, 트레일 블레이저는 설명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다.
만약 한국GM 측이 대한민국 시장에서 철수할 마음이 없다면, 절대 이런 식의 브랜드 전개를 해선 안 된다. 당연히 수많은 미사여구를 붙여 신임 사장의 취임이 철수와는 무관하다며 앞으로 밝은 미래를 꿈꾼다고 하겠지만, 구조조정 전문가를 앉혀둔 모양새는 아무래도 부채의 역할밖에 못 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산업은행과의 계약이 끝나는 하반기, 한국GM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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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8
1세대 2세대 말리부가 아니라 8세대 9세대 말리부죠
노조에 질려버렸어. 한국의 금속산업은 황혼으로 접어들었다.
기레기 잡는 귀신
기자야 소설을 쓴다
그 카젬은 오래전에 갔는데요? 기자양반 몇년도에 살고있냐
우영어
아오 어그로 기사 진짜 기자냐